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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일기

뻘글(개학 때 까지 할 일)

by Oh 선생 2020. 3. 24.

요새 하는 생각들 종합 겸 마음도 다질 겸...

#0. 개학이 연기되면서, 주변의 유능한 선생님들이 다들 온라인 클래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덩달아 나도 뭔가 애들한테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마음이 불안불안하다. 사실 불안불안까진 아닌데 간질간질한 뭐 그런거 있잖나. 그정도 기분이다(우리 학교 애들은 뭐 안시켜도 이미 스스로 달달 볶을 애들이라 크게 걱정이 안되는 것도 분명 원인이다).

#1. 그런데 난 보수적인 인간이라 그런가 온라인, 라이브, 뭐 그런 접근이 썩 달갑지 않다. 고육지책으로 하는 일들이겠지만,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교육적 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다. 대학생들이면 모를까, 애들은 아직 애들이라 부대끼며 하는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뭐 교육적 효과고 나발이고 떠나서 애들 직접 보고 관찰하며 수업하지 않으면 성에 차질 않는다. 허전하다. 교육은 대화적 활동인데, 온라인, 라이브는... 대화적 행위인지 잘 모르겠다.

#2.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수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걸 하기보단 본래 내 일에서 레벨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왜, 주식도 요새 같은 폭락장에선 섣불리 덤벼들기보단 공부하면서 내공을 쌓는게 더 나은 접근이지 않나. 처음으로 가르치는 미적분(수2), 처음으로 가르치는 고3이 아닌 고등학생들, 성적이 괜찮긴 하지만 (실질적) 문과학생들... 충분히 도전적인 상황이다. 얘네들한테 더 좋은 수업을 어떻게 경험시켜줄 수 있을까로 고민의 방향을 모은다. 

#3. 나는 문과건 이과건 예체능이건 사람이면 미적분을 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한의 세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관을 어떻게 도입하는지, 그 직관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직관을 형식화 하는지, 그 형식화를 통해 어떻게 또다시 직관을 넘어서는 사례가 나오는지, 그래서 직관을 다스리며 논리에 근거해 사고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전체의 모습을 알기 어려울 때 어떻게 그와 유사하고 간결한 국소적 대체품을 만들어 내는지, 넓이에 대한 얘기가 어떤 방식으로 미분과 만나게 되는지, 이게 얼마나 긴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스토리인지 등등... 사람의 지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4. 그래서 올해 문과애들을 상대로는 교과서를 조금 벗어나더라도 역사적인 얘기, 의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야겠다 싶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아, 미적분은 정말로 배울 가치가 있는 분야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미지수다. 그건 개학일정이 확실해져야 짤 수 있을게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건 읽는거다. 수학사 책을 더 읽고, 교과서를 더 읽으며 가장 자연스럽고 모티베이션이 살아날 수 있는 수업의 순서와 구성을 고민해야 겠다. 물론 변별력을 내야 하는 평가와 같이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만 매몰되어 애들을 문제 풀이로만 내모느냐, 아니면 문제 풀이는 풀이대로 하되 그 과정을 즐겨나가도록 만드느냐는 선생 역량인 것 같다. 기대가 된다.

글을 쓰다보니 정리가 된다. 올해 수업의 목표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은 뒤 미적분은 정말 잘 배워둔 것 같다는 말을 하도록 만드는 거다. 

그런데 개학은 도대체 언제 할 수 있는거냐...(?)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다가 요새야 읽고 있는 책. 수학사 대충 안다고 생각해도, 막상 책 보면 모르는게 너무 많다. 

 

 

댓글4

  • 진형 2020.03.28 10:48

    역시 훌륳하십니다...탈탈 털리고 있어서 부끄럽네요 ㅋㅋ
    답글

    • Oh 선생 2020.03.30 12:42 신고

      어지간해선 탈탈 털릴 일이 없을 것 같은 양반이 왜 털리고 있답니까... 나도 말은 저리 써놨으나 결국 BJ질을 해야 할듯...?

  • 이대건 2020.04.03 23:19

    안녕하세요 쌤! 작년 교생실습 나갔던 학생입니다ㅎㅎ수학교육론, 일반교육학 등을 공부하며 학생들에게 수학이 정말 가치로운 학문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가야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드는 것 같네요.. 그러다가 결국 다시 임용고시라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제가 보이곤 하네요..ㅎㅎ
    갑자기 선생님 블로그가 궁금해져서 들어와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
    답글

    • Oh 선생 2020.04.08 13:07 신고

      현실적인 난제를 풀려면 일단 좀 더 현장에서 굴러봐야죠ㅎㅎ 시험 잘보는 거랑 선생질 잘하는게 별로 관계는 없지만 임용시험 통과하는건 의무니까, 너무 오랜 시간 들이지 말고 통과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으니까 잘할 겁니다. 화이팅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