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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서평]코스모스

by Oh 선생 2020. 3. 11.

#0.

아들을 낳고, 언젠가 이 아이가 크면 같이 책을 읽고 얘기를 많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려줄 게 마땅치 않은 내가 그나마 아이한테 전달해줄 거라면 책 읽고 공부하고 그런 것들 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아마 십수년 후? 정도가 될 때를 위해 짬짬히 소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을 읽어나가고 있다. 

(어릴 때 읽었어야 하는 책들인데 나이 먹고 읽으려니까 빡세다...--;)

코스모스는 그런 일환으로 골라 겨울 방학 내내 읽은 책이다. 

 

#1.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Chapter 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Chapter 2 우주 생명의 푸가
Chapter 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Chapter 4 천국과 지옥
Chapter 5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Chapter 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Chapter 7 밤하늘의 등뼈
Chapter 8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Chapter 9 별들의 삶과 죽음
Chapter 10 영원의 벼랑 끝
Chapter 11 미래로 띄운 편지
Chapter 12 은하 대백과사전
Chapter 13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감사의 말
부록 1
부록 2
참고 문헌

이 책이 안좋은건, 목차만 봐선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기가 어렵다는 거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보면 비로소 그 챕터의 제목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를 알게 된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주제의식은 다음의 두 질문으로 요약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이 책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인간은 그저 우주의 한 구성원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질적으로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그저 물질이 우연한 계기로 의식을 갖게 된 것 뿐이다. 그러니 인간이라 해서 운명적으로 특별한 지위를 갖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을 놓을 순 없다. 그건 의식을 가진 존재라면 당연히 생겨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 풀 수 있는가?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타인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일 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 및 외계인(...)을 포함하는 폭넓은 범주이다. 나와 다른 것을 알려 할 수록 나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때 타인을 나의 기준에 맞춰서만 이해하려는 아집을 부려선 곤란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대충 이런 주제를 여러 과학적 사실과 과학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2. 책 읽으면서 인상깊던 구절들. 

p. 29 한 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 우리가 기억해 둬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과학이라는 이름의 대담한 기획에서는 이미 제시된 지혜에 대한 재평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과학하기의 위력이며 과학하기의 요체인 것이다. 

참으로 그렇다. 과학이 어떤 학문이며, 어떠한 태도로 과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논지가 이후에도 계속 나온다.  

p. 37 우리가 이제 떠나려는 탐험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에만 의존한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로 빠져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탐험은 상상력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여정의 연속일 것이다. 

p. 49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렇게 평범한 사건들을 유심히 봄으로써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에라토스테네스가 기원전 3세기, 막대의 기울기를 통해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했던 맥락에서)

일상의 평범한 관찰 속에서도 세상을 바꿀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중요한건 의심하는 태도겠지. (그런데 평범한 관찰도 발견으로 이끌어내려면 애초에 발견한 사람이 천재여야 한다...--;)

p. 56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p. 57 아폴로니우스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원추곡선임을 밝힌 수학자였다. 

p. 70 (사무라이 게의 맥락에서) 이 과정을 우리는 인위 도태 혹은 인위 선택이라 부른다. ... 그들이 가진 특성의 거의 대부분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자연선택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인위선택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이미 익숙한 개념인 자연선택보다는 인간이 다른 종의 진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다. 

p. 82 사람은 100조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 

비슷한 관점이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에서도 나온다. 인간은 단일 개체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은 군체에 불과하다. 그러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뭐 그런 질문들을 생각할 수 있겠다. 과학적 사실이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지극히 철학적 질문을 이끈다는게 흥미롭다. 그래서 사람은 문이과를 다 잘해야 한다(?).  

p. 88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은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분자가 모든 동물과 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명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와 나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의식이다. 인간은 사실 자연의 일부고, 물질적으론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겸손해야 한다!  

p. 103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또한 반복적인 주제의식이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답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를 우주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이지 싶다. 전자에 대한 답이 p. 88의 인용에서 나왔다면, 후자에 대한 답은 여기의 인용에서 나온다.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 다름을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 

p. 138 (케플러 맥락에서) 비록 자신의 이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측정값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 "어디나 조화로운 비율이 장식처럼 박혀 빛나는 우주이지만, 그러한 조화의 비율도 경험적 사실에 반드시 부합해야 한다." 케플러는 여기서 원 궤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신성한 기하학에 대한 그의 신앙을 뒤흔들어 놓았다. 

사람 얘기가 제일 재밌다. 케플러가 그렇게 믿던 수학적 아름다움에 대한 고집을 꺾고('신앙'이라잖나) 측정값을 수용하는 용기가 인상깊더라. 글은 쉽게 쓰여져 있는데 사실 저게 쉬운 일은 아니지 싶다. 

p. 146 케플러는 역사의 한 꼭짓점에 서서 "천문학은 물리학의 일부다."라고 단언했다. 

p. 154 1663년 스투어브리지에서 박람회가 열렸다. 당시 스무 살이던 뉴턴은 그곳에서 "안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궁금해서" 점성술 책을 한 권 구입했다고 한다. 그는 그 책을 읽다가 도면을 하나 이해하지 못해 계속 읽어 나갈수가 없었다. 이것은 그가 삼각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각법에 관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그 책의 기하학적 논의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을 구해다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에 뉴턴은 미적분학을 발명하기에 이른다. 

천재는 박람회만 가도 미적분을 만들 꺼리를 찾아온다. 

p. 158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기에 앞서, "나는 이제 세계의 기본 얼개를 선보이겠다."라고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천재는 말도 간지나게 한다. 마법사도 아니고...

p. 286 (데카르트가 갈릴레이와 달리 지동설을 그리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음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데카르트가 쓴 편지 일부) ... 저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아니하며, "편히 살려면 남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 좌우명대로 지금껏 조용히 지내왔습니다. 원컨대 앞으로도 조용히 살기를 바랍니다.

제일 웃겼던 부분. 데카르트 짱짱맨이다. 

p. 344 (기원전 6세기경, 이오니아에서 왜 자연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조짐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 다양한 환경에 놓여 있는 여러 섬에서 다양한 정치 체계가 발달했다. ... 그리고 모든 섬들의 사회적, 지적 다양성을 하나로 묶을 만한 강력한 중앙권력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탐구가 가능했다. 

자유로운 탐구를 위해서는 정치적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말. 이건 요즘도 그렇다. 학교 안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도가 이루어지려면 가장 권력을 가진 양반이 그 권력을 슬기롭게 내려놔야 한다. 

p. 349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생각했던 맥락에서) 탈레스가 내린 결론의 옳고 그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가 택한 접근 방식에 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 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올바르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p. 358 데모크리토스는 원뿔 또는 피라미드의 부피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분구적법스러운 방법으로... 이는 에우독소스, 아르키메데스보다도 앞선 것이다)

p. 372 (이오니아의 과학이 쇠퇴했다는 맥락에서)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노예의 노동력이 기술 개발의 경제적 동기를 갉아먹었다. 

책에서는 이 지점에서 사회적, 경제적 발전이 어떻게 자유로운 과학발전을 제도적으로 억압하는지를 설명한다. 플라톤이나 피타고라스학파 등을 겁내 까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p. 376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를 태양 중심 우주관을 "복귀시킨 사람이며 입증한 사람"이라고 기술했지 태양 중심 우주관의 창시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기원전 280년경, 이오니아의 아리스타르코스가 최초로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타르코스와 코페르니쿠스 사이에는 1800년의 간극이 있다.)

p. 379 (아리스타르코스나 하위헌스(호이겐스)가 부정확한 답을 얻었다는 맥락에서) 아리스타르코스나 하위헌스가 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여 부정확한 답을 얻었다는 것은 문제로 삼을 일이 전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구상한 방법의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했으므로 더 자세한 관측이 이루어진다면 언제든지 누구나 그 방법을 써서 더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 380 아리스타르코스가 우리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은 지구와 지구인을 올바르게 자리매김 한 것이다.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은 위로는 하늘에 떠있는 별들의 보편성으로 확장됐고 옆으로는 인종 차별의 철폐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반대쪽으로 흐르는 물결을 끊임없이 거슬러 가며 저항해야 했다. 

p. 384 (지구가 우주의 아주 작은 식구라는 맥락에서) 우리가 이와 같은 우주적 관점을 갖게 되기까지 우리는 하늘을 보고 머릿속에서 모형을 구축해 보고 그 모형에서 귀결되는 관측 현상들을 예측하고 예측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고 예측이 실제와 맞지 않을 경우 그 모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모형을 다듬어 왔다. 생각해보라. 태양은 벌겋게 달아오른 돌멩이였고 별들은 천상의 불꽃이었으며 은하수는 밤하늘의 등뼈였다. 이론적 모형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또 파기하는 과정을 뒤돌아보면서, 우리는 인류의 진정한 용기가 과연 어떠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p. 458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책의 주제의식을 가장 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이지 싶다.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p. 504 도플러 효과라는 물리 현상이 현대 우주론의 출발점이 된 사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빛도 파동이니까 도플러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p. 542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p. 577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p. 620 우리가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후진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의 공포감은 우리 자신의 죄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빙고. 좀 더 확장해서,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그 두려움이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학교에서 뭐 새로운거 할라하면서도 이거 되겠나... 싶을 때 좀 새겨볼 말. 

p. 654 우리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의 이웃이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 들여야 한다. (핵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p. 657 어린이 학대, 성생활의 심한 억압 등은 인류의 평화를 해치는 죄악이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 주라. 

p. 660 코스모스는 있는 그대로 이해돼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코스모스를 우리가 원하는 코스모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리하고 나니 앞서 논했던 주제의식 외에도, 뒤져보면 여러 가지 주제를 꺼내볼 수 있지 싶다. 우주 그 자체의 신비로움이나, 과학하는 태도 등등... 아마 나이가 들 수록 책을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지리라 생각이 드는데, 언젠가 아들이 내가 이해한 것 보다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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