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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2018 동계 진로 방과후: 미적분 이후의 미적분

by Oh 선생 2019.02.07

#0.

방학 전, 학교에서 뭔가 특색 있는 방과후(실질적으로 방과후지만 기록이 제한되니 방과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프로그램. 여기선 그냥 방과후라고 하겠다)를 개설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요지는 방과후를 통해 애들 생기부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탐구거리를 만들어서 자소서에 쓸 만한 내용을 좀 구성해줘라...뭐 그런 거다.

개인적으로도 기존의 수능 대비 방과후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콜 했고, 지난 번 선형대수 프로젝트처럼 이렇게 저렇게 수업을 구성했다.

 

#1.

대략적인 수업의 설계? 기조? 는 이렇다.

- 수능에 나오는 내용은 가능하면 다루지 말자.

- 수리논술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선형대수 프로젝트 할 때 활용에 방점을 두었으니, 이번엔 수학 자체에 방점을 두자.

- 미적분의 여러 아이디어를 확장적으로 다루자.

- 디테일한 세부를 꼼꼼히 따지는 건 지양하자: 그건 제대로 배울 때 시간을 투자해서 하자.

- 전체적인 아이디어, 큰 그림들을 그려갈 수 있도록 하자.

 

이런 생각으로 다음과 같은 계획서를 짰다


방과후 계획서를 짤 당시에는 저런 목차를 갖고 있었는데, 실제 교재를 제작하면서 목차는 다소 변경이 있었다

그건 차후 소개

후반부의 읽기자료 발표는 아이들에게 수학 관련 영문 에세이를 나눠주고, 번역과 발제를 시키고 토론하는 게 목표였다

읽기자료는 Readings for calculus에서 가져올 계획이었다

수학 방과후 때 이런 걸 다루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상당히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수학을 폭넓게 익히지 못하고 

너무 교과서만, 문제집만 쳐다보는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미적분의 역사, 수학자들의 삶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수학을 배우는 건 

아무래도 수학시간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의 반쪽만 배우는 느낌이 있다

어떤 교과를 배운다는 건 교과의 결과물 뿐 아니라 그 역사, 지식 생산의 과정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의미들을 함께 나눈다는 것 아닌가. 그래야 의미로서 다가오지


#2.

수업 교재 구성은 이랬다.

 

난 항상 서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업의 의도와 큰 그림을 그려야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쉽기 때문이다

목차는 ~와 함께 하는 ~ 로 구성했다

전체를 걸그룹으로 맞춰서 좀 재미지게 가보려고 했는데 중간에 5, 6강은 도저히 뭘 찾을 수가 없더라


제법 그럴 듯 하게 나온 자료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매 강의 도입에는 강의 제목과 관련된 인용구(?)를 넣어놨다

1강의 경우 고3애들이 많이 틀렸던 문제를 소재로 하여 구성했는데

그래서 너만 보면 해주고픈 얘기가 참 많다는 뜻이다. 만들면서는 되게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은 영 반응이 구렸다.

각 강에도 도입이 있다. 전체 서론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1강에선 블로그에도 가끔 소개했던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확장했다. 예를 들어 이런거다

대충 여기쯤 부터 대학수학과 관련을 짓기 시작했다. 


엡실론 델타를 이용한 연속의 정의를 다루고, 그래서 다시 도함수의 연속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는 거였다. 

여기는 정말 사족. Darboux정리에 대해 소개해줬다. 이후에는 학습 내용을 정리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이와 같은 구성을 취해서 교재를 만들었다. 


아래는 여자친구를 소재로 했던 2강 테일러 급수. 


여기까지가 미분 얘기. 3, 4강은 대체로 적분에 대한 얘기였다. 그 중 애들이 재밌어 했던 3강. 쉘 메소드를 다뤘다. 




4강은 극좌표를 다뤘는데, 별 재미가 없으니까 생략. 

5강부터는 조금 진지해졌다.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라고 생각한 6장. 6장은 오일러와 Basel Problem을 중심으로 다뤘다. 

저 연습문제가 은근히 까다로운데, 수업을 듣는 애가 풀어내더라. 역시 애들이 똘똘하긴 하다. 


7강은 다변수에 대한 얘기. 

8강은 오일러에 대한 일화를 같이 읽고 얘기를 좀 나눴다. 

영문본은 책을 스캔해서 OCR 사이트에서 돌리고 간단히 오타 수정 정도 했고...(그래도 오래 걸린다)

한글 본은 내가 번역했다. 원래 3편 정도 글을 주려고 했는데, 번역작업이 생각보다 고되서(...) 하나만 읽었다. 

애들을 시키려고 했으나 막상 영어 번역을 하면서 하자니 내가 이런 글을 읽고 토론하는 걸 이끌 깜냥이 안되기도 

하고, 영어도 중간중간 부정확하게 퉁쳐버리는 번역이 있어서 좀 부담이 되었다. 애들에겐 한글과 영어를 다 주고, 

영어를 읽되 힘들면 한글본을 보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오일러의 삶이 애들에게 조금 귀감이 되긴 했던 것 같다. 


대충 교재 구성은 이정도. 만드는 데 한 달정도 걸린 것 같다. 기획부터 작성까지. 


#3. 

수업은... 사실 3명밖에 수강생이 없었다. 그것도 1학년

미적분을 다룰 줄 아는 1학년과 2학년이 들을 수 있다고 했더니 1학년만 수강신청을 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폐강이지만 이 수업은 다행히도 진로특강(?)에 가깝게 계획이 되어서 

3명만 있어도 수업이 유지가 되었다.

3명은 대충 미적분을 다 뗀 녀석, 다항함수 미적분과 초월함수 미분은 할줄 아는 녀석, 다항함수 미분까지만 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사실 1학년인데 미분을 할 줄 아는 것도 신기한 거지만 우리 학교 애들은 뭐... 보통 그정도 선행은 하는 것 같다. (선행이 마냥 좋다는 건 아니다

미적분을 충분히 숙달하지 못한 애들을 상대로 미적분 이후의 내용을 다루자니 좀 버거워서 필요에 따라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강의하기도 했다. 특히 적분의 내용을 길게 다루어 주었다.

남학생 3명이서 남선생이랑 수업을 들으니 수업 분위기는 나 혼자 떠드는 상황이 많았다

아무래도 남자애들은 좀 데면데면 하다. 그래서 억지로 궁금한걸 질문하게 했다

대입이건 내신이건 공부 외의 것들이건 뭐든 좀 물어보라고. 그래도 질문이 많지는 않더라

선생이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해줄 것 처럼 생기지 않았는지, 아니면 고민들이 없는건지... 

아래는 수업 평가다. 

수업 중 접선을 구하는 실용적인 이유를 좀 설명해줬는데(곡선에 대한 직선 근사) 그게 인상깊었나보다. 

중간중간 데카르트, 칸트 등의 인식론과 비유클리드 기하에 관련된 썰을 좀 풀어줬는데 그게 자극이 된 듯도 하다. 

책을 읽겠단다ㅋㅋ

이놈은 쉘 메소드를 가르친 이유를 잘 파악한 것 같다. 자신의 선행이 얄팍했다는 것도 좀 알게 된 듯 하다. 

먼저 문제를 풀 시간을 주어 창의력을 자극했다는데, 그럼 문제 풀 시간을 주지 않는 수업도 있다는 말인 것 같았다. 




#4. 수업 이후 느낀 점과 고민들. 

- 애들이 너무 적어도 수업이 잘 안된다. 다양성이 부족하다. 못하는 놈 잘하는 놈 섞여 있어야 논의가 쉬운데...

- 애들 수준을 너무 높게 보면 곤란하다. 애들 수준을 높게 보고 미적분 이후를 준비했는데, 수업의 40% 정도는 

고등학교 미적분을 다시 개념부터 지도하는 느낌이었다. 

- 장기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수업 속에, 혹은 애들의 학교 생활 속에 심어넣을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방과후의 생기부 기재가 애매해진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교육과정 동아리를 돌리던지, 전공 코스를 따로 개설하던지(이건 학교 교육과정 급의 문제라 내가 손댈 수 있는건가 싶다), 수업 중에 뭘 다루던지 해야 할 것 같다. 교직에 꽤 오래 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체계적인(=돈을 쓸 수 있는) 접근이 어렵다. 

- 새 아이템이 필요하다. '나' 다우면서도, 애들에게 도움이 되고, 수학적인 깊이도 있고, 재미도 있고, 사회적인 문제도 좀 다루고, 그런 아이템이 필요한데 아이템 발굴이 영 쉽지가 않다. 



댓글2

  • jkkim 2019.03.19 13:00

    글 잘보았습니다. 눈팅만 하던 애독자입니다. ㅎㅎ 수업에 대한 고민과 실행과 반성까지.. 배울점이 많습니다. 저도 일반계 고3만 주구장창 하고 있어서 문제풀이 안에서 수학적인 수업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어느정도 생각에 방향을 잡게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특히 적재 적소에 배치된 걸그룹 명언(?)에서 내공이 느껴지네요 ㅎㅎㅎ
    답글

    • Oh 선생 2019.03.19 20:16 신고

      감사합니다ㅎㅎ 고3은 정말 수업이 마음이 힘들죠...몸은 편하지만... ㅎㅎ 걸그룹 명언을 알아보셨군요. 샘도 내공이 훌륭하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