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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2018 4차 방과후: 선형대수를 이용한 모델링 프로젝트

by Oh 선생 2018.12.05

#0.

고등학교, 그것도 고3 수업을 하다보니 몇 가지 우려들이 생겼었다.

 

뜬 구름 잡는 차원에서는

이런 식의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아이들이 겪는 수학적 경험이 지나치게 편향된 것은 아닐까?

고등학교 수학 수업의 목적은 수능에만 있는가? 따위의 고민이 있었고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이딴 수업을 해서 애들 생기부에 뭘 남겨줄 수 있을까?

의미 있는 고민의 경험을 제시할 수 있는가? 등의 고민이 있었다.

 

3이라 2학기엔 수업이 거의 파행으로 운영되다보니 수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1.

수능 이후 1학년 부에서 방과후를 좀 운영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1학년들 데리고 뭘 할까... 하다가, 방과후 수업으로 선형대수를 돌리면 어떨까 싶었다. 뭘 모르는 1학년을 대상으로 고급수학의 내용을 적당히 가르쳐주면 10시간을 재미지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어차피 고급수학의 내용은 고3이 되면 배울 가능성이 높고,

내용 특성상 주입식 교육이 되기 쉬운데

과연 이런 수업이 #0에서 서술한 고민을 대답해 줄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고민을 좀 하다가 선형대수로 프로젝트를 좀 돌려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구글에서 linear algebra highschool project 따위의 검색어를 이용하여 다음의 사이트를 찾았다.

http://www.prenhall.com/esm/app/ph-linear/leon/html/proj_intro.html

(수업 이후에 찾아보니 http://matrix.skku.ac.kr/sglee/Projects.htm 이런 데도 있더라. 어차피 메인페이지만 한글이라 세부 프로젝트는 직접 번역해야 한다.)


어디 수학과 교수의 선형대수 홈페이지인 것 같은데, 아래쪽에 선형대수에 관련된 프로젝트가 있었다. 주제들을 보면, 대강 조지뱅크의 어업, 자동차 산업의 시장점유율, 석유 산업 매니지먼트 등의 주제가 있어 그 중 그럴 듯 하고 고등학생 수준에 적합하다 싶은 주제를 뽑아서 번역질을 했다.

 

영어가 짧은 건지 홈페이지에 수학적 오류가 있는 건지 중간중간 아귀가 안맞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프로젝트1번만을 본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해놓고 방과후 수업의 전체 틀을 짰다.


 대충 틀은 이렇다. 전반부 5시간 동안에는 선형대수의 기초를 배운다. 벡터공간과 행렬, 고유치와 고유벡터, 대각화 정도까지. 결국 전반부 이론 파트의 핵심은 행렬의 대각화다. 이후의 프로젝트를 돌리려면 결국 행렬의 거듭제곱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대답이 되어야 하니까. 대각화에 대한 자세한 의미까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차피 기저 변환 등을 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을 거고, 1에게 기저 변환은 조금 이르다 싶었다.

 

후반부 5시간은 선형대수를 이용한 모델링 프로젝트다. 이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앞서 번역한 프로젝트 하나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세부 프로젝트 계획이 없었다. 사실 이거 하나만 해도 5시간은 충분히 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수업을 할 때가 되니 우려가 됐다.

 

우선 처음부터 Leslie 행렬을 이용한 모델링을 하기엔 행렬의 크기가 너무 컸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우세한) 고유치의 의미를 한 눈에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엑셀에 넣고 계산하기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수산자원 모델링의 앞으로 마르코프 체인을 이용한 간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넣고, 뒤로는 직접 통계 자료를 찾아 Leslie 행렬을 구성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3.

전체적으로 전반부 이론, 후반부 프로젝트의 틀을 잡고 나니 전반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가 감이 왔다.

최대한 이야기책을 읽듯이 편하게 내용을 전달해야 하고, 지나치게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아야 하며, 생각할 거리들은 적당히 던져줘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야 했다. 또한 부교재가 없기 때문에 혼자서 읽어가며 공부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교재를 구어체로 작성했고, 각주를 다양하게 달았으며, 연구해볼 거리들을 제시해줬다. 전반부 교재의 특징이 잘 드러난 페이지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보이듯, 기초적인 개념을 기초적으로 설명하고, 연습문제를 간단하게 제시했다. 또한 각주를 통해 추가적으로 알아야 할 만한 내용들을 덧붙였다

행렬의 연산을 다루면서는 가능하면 벡터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다루려고 노력했다. 벡터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파는 게 이 수업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가기엔 또 좀 그래서...

활용 파트에서는 고급수학에서 제시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연립방정식, 일차변환, 그리고 대각화를 사용하기 위한 마르코프 체인과 피보나치 수열 등을 다루었다.

전반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론의 큰 얼개를 잡고,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4.

수업에 앞서 생각하기에, 애들은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익혀야 하고, 공학적 도구(=엑셀)을 이용해 행렬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하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산출물을 작성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간단한 도입부를 작성했다.

 

도입의 주된 내용은 수학적 모델링을 이해하고, 정해진 정답은 없다! 는 태도를 갖게 하는 거였다. 돌이켜 생각하니 내 역량의 한계 때문에, 결국 정답이 있는 활동으로 아이들을 몰고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적 모델링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행렬 계산을 위해선 엑셀을 주로 사용했다. 이게 나에게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나은 툴을 잘 못찾아서 그렇기도 했다. 지오지브라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도 들었는데, 나는 영 익숙하지가 않다. 무식하게 돌리기엔 엑셀이 딱 좋다.

 

예시답안 조차 없으면 1학년들이 하기에 너무 부담이 되는 프로젝트일 것 같아서 내가 작성한 예시답안을 줬다. 아이들에겐 먼저 그걸 보지 말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막힐 때나 해당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나 참고해보라고 했다.


 첫 번째로 다룬 프로젝트는 마르코프 체인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중학교 때부터 쉽게 접해봤던 상황의 심화버전이라 적절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보면 알겠지만, 역시 어디서 번역해온 문제다(출처는 잊었다. 하도 여기저기 참고해서...)

 

쥐 미로 문제는 아이들이 직접 행렬을 만들어야 한다. 행렬을 만들고, 반복 계산을 하고, 초깃값(=쥐의 위치)을 바꾸어가며 4)번에 답해야 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조지뱅크의 어업에 관련된 프로젝트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Leslie 인구 모형이 등장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s://en.wikipedia.org/wiki/Leslie_matrix 를 참조.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결국 Leslie 행렬을 초깃값에 여러 번 곱하고, 행렬을 적당히 변형하여 어획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시간 관계로 인해 여기까지 간 팀은 없고, 4~5번 질문에서 탐구가 멈추었다. 시간을 더 주고는 싶었으나 10시간이라는 한계도 있고, 방과후 수업 시간 외에 시간을 투자하여 뭘 하라고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2~3번을 풀다 보면 행렬의 우세한 고유치(dominant eigenvalue)가 어떤 역할을 하며, 왜 중요한지를 파악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하는 와중에 이론, 개념이 뜻하는 실질적인 의미를 파악해 가도록 구성했다. 사실 이는 나도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풀어가며 알게 된 건데(우세한 고유치가 왜 실제 응용에서 중요해지는지), 이론과 실제가 접하는 부분을 만난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도 흥미로움을 느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한국의 인구 전망에 대한 보고서였다. 앞의 프로젝트에서는 Leslie 행렬을 제시해 주었다면, 여기에서는 통계 자료를 통해 Leslie 행렬을 만드는 것 까지를 활동에 포함시켰다. 처음 계획했던 건 아이들이 직접 국가통계포털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갔다간 10시간 안에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내가 직접 자료를 제시해줬다. 주어진 자료와 Leslie 인구모형의 특징을 동시에 고려하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가정이 붙고, 과감한 진행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고, 자신의 가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해가기를 바랬다.


 #5

수업 장면은 다음과 같다. 전반부야 어차피 강의식 수업이라 볼 게 없고, 후반부는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노트북 소유 현황을 조사해보니 마침 2~3인 마다 1대 정도는 노트북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10개 조 정도를 구성하여 조별 프로젝트를 시킬 수 있었다.

전반부와 후반부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판이하게 달랐다. 전반부에는 전통적인 지식 전달이 주 역할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활동의 방향성이 적합한지, 어떤 논의를 나누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 아이들이 나눈 논의 중 어떤 흥미로운 주제를 아이들에게 함께 공유시켜 논의를 시킬 것인지에 대한 판단, 막힌 부분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지원(되돌리기) 등이 주된 역할이었다


#6.

애들 산출물은 다음과 같다.


산출물 제출을 강조하면 아무래도 애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산출물은 안내도 되지만 내주면 고맙겠다... 정도로 얘기 했다.

그럴 듯하게 양식을 맞춰 내주면 좋겠지만, 아직 애들이라 양식 문제는 어쩔 수가 없다.

엑셀 파일로만 제출한 아이들도 몇 명 있기는 했는데, 보고서 양식이 아니라 보기가 좋지 않아 여기에선 생략했다


#7.

수업 후 학생 평가는 다음과 같다.


 

#8.

개인적인 소회.

1. 애들은 대체로 똘똘하다. 이론 부분을 러프하게 스케치만 하는 수준에서 진행을 했는데도 찰떡같이 잘 알아듣고 따라온다. 물론 러프하게했기 때문에 알아듣고 따라왔을 수도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온 편이었다. 다음에 수업을 하더라도 이정도의 난이도를 유지하면 될 것 같다.

 

2. 1학년 말 정도가 이런 수업을 하기에 적절하다. 미적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극한 등)가 있어야 수업을 이해하기가 쉬운데, 우리 학교 1학년 말 정도면 미적분은 다들 한다. (거꾸로, 그 이전에 수업을 한다면 이론 수업에 극한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3. 사회문제를 다뤘다는 점, 통계포털에서 가져온 실제 수치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보였다. 출산율이 낮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정도로 낮아요?’라고 의심하는 애들도 있었고, 정말로 통계치가 맞냐면서 직접 인터넷을 뒤지는 애들도 있었다. 차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실제 사회문제를 수학적으로 접근해보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4. 모델링을 하며 나름대로 가정을 세우고, 가정의 타당성을 의심해보고, 결과의 타당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애들의 논의가 활발해지며 스스로도 재밌어한다. 기존의 수학 시간에 다루지 않는, 모델링 활동의 에슴프레함(?), Blur(?) 같은 게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5. 3에서 이어서: 사회문제를 수학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도록 한다는 건, 비판적 수학교육에서도 했던 얘기다. 나아가 이를 실천의 영역으로 어떻게 끌고 올 수 있을까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여러 교과가 통합되는 형태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게다.

 

6. 이런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수학이 도구 역할 이상을 할 수 있느냐?’ 라는 부분이다. , 활동을 통해 수학을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거냐 하는거다. 그런데 이번엔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동안 우세한 고유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론적 이해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7. 앞에서도 얘기했는데, 아이들의 산출물을 결국 하나의 형태로 수렴시켰다는 점에서 한계가 좀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다양하게 나오긴 했으나, 그 앞의 문제들은 아무래도 답이 좀 정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방법도 엑셀을 이용하라고 통일시켰다. 제대로 프로젝트를 돌릴 여건이 마련된다면 나는 문제만 제시해주고 문제 해결의 방법이나 결과는 아이들이 알아서 하도록 풀어줄 수 있는 방향이 더 좋을 것 같다.

 

8. 고민할 거리: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수학 프로젝트는 뭐가 있는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떻게 수학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애들 산출물을 어떻게 다양하게 전개시킬 것인지.


#9. 

제언, 조언, 기타 도움이 되는 말씀 부탁들 드려요. 

댓글4

  • 정진아 2019.01.06 19:37

    중학교 경력만 26년의 교사의 눈에 `선형대수를 이용한 수학적 모델링`이란 주제가 참 어렵게 느껴지는데, 뭔가 수학과 프로젝트 수업의 모델을 제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갑니다.

    답글

    • Oh 선생 2019.01.11 09:56 신고

      부끄럽습니다. 수업 제목은 사실 생기부 기록을 염두에 두고 만든거라 거창한 거죠 ㅎㅎ 정규 수업 내에서 이런 걸 해야 자랑질을 하는게 떳떳한데 아직 모자라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 김이슬 2019.02.17 21:03

    저는 물리교사이지만, 이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싶을 정도이네요! 교사 연수를 진행해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물리도 이런식으로 활용하여 수업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요~!!
    답글

    • Oh 선생 2019.02.19 10:56 신고

      ㅎㅎ 감사합니다. 교사연수는 기회가 되면 하면 좋은데, 수업 자체가 잘하는 애들 대상으로 해야 할 거라 수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