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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활동지

2015년 2학기. 6. 도형의 성질

by Oh 선생 2015. 12. 30.

6단원인지 7단원인지 좀 헷갈리는데...아무튼 도형의 성질 단원이다. 



백워드 템플릿. 이거 막상 해보니까 내가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애초에 목표 단계에서부터 교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들어가야 하는데, 막상 작성할 때는 그런거 생각안하고 적기에 급급했다.


함수 가르칠 때는 어느 정도 본질적인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었는데 기하파트는 그렇게 되질 않았었다. 


본질적 질문도 저따위로 물어보면 안된다. 좀 더 내용이랑 관련시켜서 구체적으로 들어가야지.


수용가능한 증거도 - 사실 좀 더 수업 맥락에 가깝게 들어갔어야 한다. 말 그대로 수용가능한 증거니까. 


아무튼 실패의 기록도 남겨는 둔다. 남겨놔야 담에 또 보니까. 



#1. 활동지


도형 단원은 내 과거의 습성과, 올해 아이들에 맞추어 변해보려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이 있던 부분이었다. 




이런게 내 과거의 습성이 살아있는 활동지. 나름대로 애들 생각한다고 2단으로 구성하고, 좌측의 생각해보기도 빈칸채우기로


난이도를 낮췄다. 결국 애들에게 요구하는건 "증명"을 하는 거다. 그걸 연습한다고 (거꾸로)생각하기와 빈칸채우기를 넣은거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감을 잘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증명은 어디까지나 증명할 필요가 느껴져야 하는거고, 증명할 필요라는건 뭔가 추측이 생겨나야 하는 거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 없이 빈칸 채우고 증명해봐! 라고 하는건 영 재미가 없다. 지나보니 내 실수더라, 하는거다. 


수업도 예상대로, 잘 안돌아갔다. 



약간의 반성이 있던 활동지. 제일 앞의 문제는 활동이다. 직각 모서리에, 빗변 길이를 고정시켜서 직각삼각형 만들어보기.


만들다보면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린다는걸 알거고, 그걸 통일시키려면 어떤 조건을 더 주면 좋겠냐는 물음이 이어진다. 


좀더 활동에 이어 추측이 생기도록 했는데, 저 4cm 길이 그리는게 영 쉽진 않다(다들 자가 없다...).



외심 다루기 전에 애들에게 나눠줬던 마을 지도다. 대충 보면 3개의 초등학교가 있고, 세 초등학교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곳으로


중학교를 이전시키겠다는 맥락이다. 애들 삶이랑도 좀 연결시켜보려고 했다. 


그냥 지도만 주고 해봐! 라고 하면 당연히 못한다. 


조금 시간을 줬다가, 초등학교를 이어 삼각형을 그린뒤, 꼭지점이 마주닿도록 종이를 접게 시켰다.


 그리고 그 교점으로부터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를 재라고 했다. 


거리가 같거나 거의 비슷하니 오? 하는 소리가 나온다. 


"니네가 지금 접어서 만든 흔적의 정체가 뭐냐?" 라고 물어본다. 


답은 잘 안나온다. 구체적인 답은 잘 안주고, 활동지로 넘어간다. 



앞의 지도 문제에 이어 요러요러한 활동지를 진행했다. 중간까지해서 얼추 정리했다(외심의 정의-찾는방법-성질-위치).


이런 식으로 접근하니 예년에 비해 애들이 잘 받아들이는 것 같기는 한데, 외심을 찾는 방법을 물을 때 


"선분의 수직 이등분선의 교점을 찾는다"라고 대답하는게 아니라 "종이를 접는다"라고 말하는 녀석들이 생긴다. 


여러번 다시 짚어줬다. 접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접어서 생기는 도형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우리가 땅이나 강철판에


그려진 삼각형은 접지 못하지 않겠냐고. 



아래의 HOT Problem은 악수(惡手)다. 저것도 마찬가지로 관찰에 이어 일반적인 증명으로 갔어야 했는데, 준비할 때 


고민이 깊지 못했다. 그렇게 갔으면 시간이 더 오래걸렸겠지. 애들에겐 적당히 설명해주고 넘어갔다. 




내심은 외심과 비슷~ 하게 진행했다. 좋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 



중2에서 해야 하는건 명제에서 조건과 결론을 구분짓는거다. 그래야 조건을 조건으로 바라볼 수 있고, 명제들 사이의 관계를


조직화할 수 있다. 평행사변형은 관찰을 통해 다양한 성질을 결과로 가져올 수 있어서 좋다. 


아래의 좌측은 조건-결과를 구분하고 증명의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이고, 우측은 증명을 하는 문제다.


이 부분에도 나의 옛날 습성이 남아있다. 



여기까지도 마찬가지. 재미진건 저 HOT Problem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문젠데, 저걸 예를 들어보아라! 하며 진행하면 


꽤 재밌다. 이등분선이 된다면 이등분선이 되는 예를 그리고, 안된다면 안되는 예를 그려보라고 하는거다. 


이건 차라리 문제풀이보다 좀 더 구성적인 문제고, 복잡한 사고 보다는 직관과 그림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면서, 


뭔가 깨달음을 줄 수 있어서 좋은 문제다. 



여기서부터가 나의 고민이 녹아든 활동지다. 작도를 통해 뒷부분을 전개하기로 했다. 작도를 시켜놓으면, "조건"이 좀 더 명확하게


아이들에게 인식되는 느낌이 있다. 


위 쪽의 활동은 마주보는 두 쌍의 대변의 길이가 같도록 작도를 시키는거다. 그리고 나서 그 결과가 뭔지 직관으로 말하게 한다. 


(당연히, 평행사변형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 오면, 그 직관으로 대답한 결과를 수학적으로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생긴다. 


여기에서 증명이 들어간다. 


작도를 통해 조건을 느끼고 - 직관을 통해 결론을 추측하고 - 증명을 통해 결론을 정당화 한다. 


자연스러운 수학적 절차를 밟는 구성이다. 


이 점에서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확인해 보아라" 따위의 전개 보다는 이쪽이 단원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확인해보라 문제는 사실 답이 이미 나와있는건데 억지로 해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


두 번째 작도는, 서로 다른 것을 이등분하는 대각선을 그리는거다. 


그걸 먼저 그린뒤, 그 꼭지점을 이어 사각형을 만들어보고, 그것이 무엇일까 물어보는 문제다. 


마찬가지로 답은 평행사변형인데, 이것 역시 아이들에게는 직관에서 오는 답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라고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증명이 시작된다. 


단순히 성질을 주고 이걸 증명해봐! 했던 작년(대각선이 서로 다른 것을 이등분하는 사각형은 평행사변형이다를 증명하라는 문제)


보다 올해의 활동이 훨씬 중학교 답고, 수학적이고(!), 구성적이다. 



조금 톤이 바뀌었다. 여기에선 작도를 하기가 어려워서, 예를 들어보고 그것들이 가지는 특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색다른 학교수학에서 영감을 얻어서 조직해본 문제다. 효과는? 의외로 재밌어들 했다. 



이제 자신감을 얻어서, 작도를 계속 밀고 나간다. 직사각형은 평행사변형이면서 대각선의 길이가 같아야 한다.


앞의 작도를 이용하려면, 두 원의 반지름을 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Q1.의 질문을 통해 두 원이 반지름이 같음 = 두 대각선의 길이가 같음을 떠올리게 하는거다. 


그리고 여기에서 두 대각선의 길이가 같은 평.사.는 직사각형이란 추측이 나오고, 이후에 증명을 한다. 


그 반대 방향인 직사각형 >> 두 대각선 길이 같음은 사실 별 재미가 없다. 그냥 재기만 하는 거니까. 증명에 초점을 더 둔다. 



교과서에서는, 직사각형>>두 대각선의 길이가 같음을 먼저 다룬 후, 그 역을 다룬다. 


하지만 앞의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이, 그렇게 가면 애들이 할일은 측정 밖에 없다. 구성하고, 관찰하고, 추측하며, 증명하는


수학적 활동으로 가기에는 두 대각선의 길이가 같게 그리고 >> 직사각형 됨을 확인하고 증명하기로 방향을 잡는게 


더 바람직하다. 실제로 수업도 제법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교육과정 재구성하면서 내용을 빼네 순서를 바꾸네 하며 큼지막한 단위에서만 얘기했었는데, 이렇게 미소한 단위에서


조정을 하는게 훨씬 섬세하고 효과가 크다는걸 새삼 알게 됐다. 




앞과 유사하다. 



이건 예전의 내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활동지. 증명을 강조했다. 이제 되겠지? 하고 한건데 아직 안된다. 


관심있는 녀석들은 재미지게 다양한 증명을 시도하지만, 아직 안되는 녀석들은 손을 못댄다. 고민이 좀더 필요한 부분이다. 



이건 넣을만 하니까 넣었던 활동지고...



이건 매년 써먹고 있는 그 과제다(일본갔다가 보고나서 매년 써먹는 문제). 


올해 들어 이 과제의 독특함을 훅! 깨닫게 됐는데, 볼 수록 문제가 좋다. 


수학을 학습하는 과정을 잘 보면 이것저것 그리고 만지고 하면서 대충 대상에 대해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대상을 바라보면서 어떤


성질들이 느껴지면, 그걸 구체화하고 이것의 타당성을 찾아본 뒤, 다른 문제 상황에 적용해보는...뭐 그런 과정인데, 


이 문제는 그걸 잘 살리고 있다고 본다. 훌륭하다. 


애들도 꽤 훌륭하게 성질을 추측하고, 정당화하며, 응용했다. 솔직히 응용은 잘 못했다. 


정당화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만해도 고맙지 싶다. 




매년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으면서도, 매년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단원이 도형의 성질 단원이다. 


일차함수에서 애들을 좀 살려놨다가도 이 부분에선 꼭 수포자를 만들어내는 단원이기도 하다. 



도형이 재미가 없는건, 아마 관찰-추측-증명의 자연스러운 수학의 흐름이 말라 비틀어져서 그럴거라고 본다. 


수학자나 교과서는 추측-증명의 과정만 보여주지 그 앞의 뻘짓의 역사는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 말라비틀어진 숨겨진 수학, 관찰하고 탐구하고 만들어보고 추측해보는 수학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살아날 때 '증명'이 중학교 2학년 수학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과서 조차도 아직 너무 수학적인 구성을 따르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 교과서는 적당히 참고 선에서 이용하고, 자기 식의 수업을 하는게 중요하다. 


수학교사가 그동안 느껴오고 생각해왔던 그 수학, 그걸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항상 느끼지만, 수학은 "수학답게" 배울 때 진짜로 수학을 배울 수 있다.

댓글12

  • 2016.06.28 14:5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Oh 선생 2016.06.29 09:16 신고

      예. 2학년은 도형 파트를 좀 깊게 하려니 확률을 다룰 시간이 없었습니다. 확률은 어차피 고등학교 가면 다시 배우려니... 싶어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전 제가 한 학년을 다 가르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 차차 2016.06.30 01:14

    혼자 한 학년을 다 가르치면, 한 단원을 통째로 안가르쳐버려도 되나? 그건 아닐텐데... 조심해야 할 듯...^^;;
    답글

    • Oh 선생 2016.06.30 09:23 신고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적 없는데 듣고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
      2학년은 전체를 다 가르치려고 하면 도형 단원의 질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수학시간 답게 수업하면서, 수업의 질을 살리면서 모든 단원을 커버하는건 전 아직 못하겠고... 도형에서 의미있게 수업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변명합니다(...)

  • 아링 2016.09.15 19:32

    항상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갑니다.
    답글

  • 하이타이 2016.10.25 10:03

    블로그 글 잘 보고 있는 수학교사입니다. 질문이 있어서요. 저도 일부는 활동지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활동지로 진행하다보면 교과서는 따로 쓰지 않으시는건가요? 둘다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내용도 겹치고 시간상 무리인것 같아서요.
    답글

    • Oh 선생 2016.10.25 13:42 신고

      교과서 씁니다. 많이 씁니다(...)

      교과서의 단원 문제들은 대체로 거의 다 푸는 편이고, 활동지 속에 교과서를 보고 뭔가 채우도록 하는 활동을 넣기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교과서가 좋으면 교과서로 수업하는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맘에 안들어서 활동지를 만드는 것 뿐이죠.

      다만 둘 다 동시에 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건 애들이 뭘 배우냐 하는거지 내가 이걸 썼냐 안썼냐하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활동지를 쓰면서도 교과서의 내용을 배웠을 때와 다름 없도록, 가능하면 그보다 더 나을 수 있도록 지도하려 노력합니다.

  • 정진아 2017.08.03 17:29

    모든 중2 교과서에서 이등변삼각형 성질 두가지만 제시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이 있죠(밑각의 크기가 같다. 꼭지각의 이등분선은 밑변을 수직이등분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외심과 내심을 가르치기 위한 중간 과정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싶어요. 그런데 이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또 쌩뚱맞게 끼어든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 교과서에 나와있는 정당화 과정이 영 내키지 않았는데 샘처럼 접근하면 좋겠네요. 팁 한가지 얻어갑니다.

    외심과 내심은 함께 진행하려고 하는데 처음엔 그냥 직관적인 발견을 하게 하려고요. 삼각형을 그리고 세점을 지나는 원을 그려봐라. 10번쯤 시도하면 정확한 원을 그릴수 있지 않을까요? 안되면 될때까지 기다려 주죠 뭐~ 그점에는 어떤 성질이 있을까? 그걸 그리려면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 뭐 이런식으로 질문을 이어갈까 해요.


    답글

    • Oh 선생 2017.08.04 09:12 신고

      #1.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성질들이 나타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정리하여 다음의 내용으로 이어갈지가 우려가 됩니다. 결과도 나중에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ㅎㅎ

      #2. 외심과 내심의 직관적인 발견에 덧붙여, 그걸 '어떻게' 찾았는지, 왜 그런 방법으로 찾았을 때 세 꼭지점으로부터 거리가 같은지 등을 설명하도록 하면 이런저런 추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을 것 같네요. 우리야 뭐 기본은 try & error니까... 결과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사옵니다 ㅎㅎ

  • 책훈 2018.09.27 10:47

    수업에 대한 고민 잘 보고 갑니다.
    수업에 대해서 , 검색하다보면 어느새 이 곳으로 오게 되네요 ㅎㅎ
    항상 건강하시고, 쌤의 여러 좋은 생각들 많이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답글

    • Oh 선생 2018.10.29 14:17 신고

      감사합니다. 한 달 만에 리플을 다네요. --;
      고3 선생질을 하려니 요샌 뭐가 좀 안돌아간다 싶습니다. 다시 최선을 다 해야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