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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걍 수업얘기. 정비례와 반비례.

by Oh 선생 2015. 9. 12.

#0. 


교육과정 차원에서 중1에서 다루는 함수를 정비례, 반비례 함수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교과서가 중1에서 정비례, 반비례 함수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유를 찾자면 6학년때 배우는 정비례, 반비례 관계로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중2 때 배울 일차함수와도 연계가 적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의미있는 지도가 가능하려면 단순히 컨텐츠의 배열을 


정비례반비례(초6)-함수(정비례와 반비례의 함수버전, 중1)-일차함수(중2) 순으로 


연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그게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느껴지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1.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를 보면, 반비례 관계를 xy=a가 성립하는 관계로 가르치고 있다. 


굳이 이런 표현을 쓰는건 초딩들이 함수꼴로 쓰는게 익숙하지도 않고, 분수함수를 다루는게 적절하지도 않기 때문일게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쪽이 "두 양의 곱이 일정하다"는 반비례 관계의 핵심 아이디어를 잘 설명한다고 본다.



당연히, 비슷한 아이디어를 정비례 함수에도 적용할 수 있겠지 싶었다. 


애들이 배우는 식은 y=ax. a는 비례상수다. 이때 양변을 x로 나누면(0을 포함하네 마네 하는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


y/x=a. 두 양을 나눈 몫이 항상 일정하다는 관계가 성립된다. 



보통 정비례는 y=ax로도 충분히 설명이되는데 왜 굳이 이런 식을 보여줬냐면, 


첫째는 반비례 관계와 대구를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고(정비례는 두 양의 몫(비)가 일정하고, 반비례는 두 양의 곱이 일정하다)


둘째는 이 개념을 잘 굴리면 2학년 때의 기울기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릴 수 있지 싶어서다. 


2학년 때 기울기 개념을 배우면... 일상 생활에서 언덕의 세로/가로로 출발해서 결국 y증가량/x증가량으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이 애들한테 영 뜬금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말 자체도 길다. 기울기는 x증가량 분의 y 증가량).


비례상수가 결국 함수의 그래프(직선)의 기울기를 결정한다는걸 y/x=a 식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일차함수는 정비례 함수를 평행이동 함으로써 원점을 떠나버렸으니 a를 어떻게 결정하면 좋겠느냐, 


(원점으로부터 세는) y/x가 아니라 y증가량/x증가량으로 a를 계산하면 좋겠다...라고 세련되게 변화시키는게 가능하지 싶었다. 



(그런데 쓰고 나니 이게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아이디어가 점차 세련되게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건 좋아보이는데 애들한테는 오히려 심플하게 이건 이거야! 라


고 단절적으로 가르치는게 더 잘 먹힐 때가 종종 있더라. 항상 딜레마다. 


의미있게 수학을 가르칠 건가, 현실적인걸 고려해서 단절된 지식의 총합으로 가르칠건가)



#2. 진짜 걍 수업얘기. 


가. 



활동지에서 요런 문제를 냈다.


적지 않은 녀석들의 풀이는 "이 그래프의 개형은 y=a/x. 근데 사각형의 넓이가 6이야. 그러면 조건을 만족하는 P의 좌표로는


(2,3), (3,2), (1,6) ... 등이 있지. 하나를 y=a/x에 대입하자. (2,3)을 대입합시다. 3=a/2. 그러므로 a=6". 


그런데 꼭 한 반에 한 두명은 이렇게 푼다: 


"점 P의 좌표를 (x,y)라고 하면. 사각형의 넓이는 xy. 근데 이건 항상 6. 즉 xy=6. 그러니까 y=6/x. 반비례 그래프!" 



그래프의 개형으로부터 반비례 그래프를 가정하고 푸는 녀석과 

 

조건으로부터 xy=6이라는 관계가 성립한다는걸 인지하여 y=6/x를 유도하는 녀석의 풀이 중 


나는 두 번째 풀이가 뜬금없는 가정도 없고(반비례라는 가정) 좀더 개념충실해서 좋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은 첫 번째가 더 좋나보더라. 일단 둘 다 오케이 해줬다.


(세상에 함수식이라곤 y=ax와 y=a/x밖에 없는 애들에게 첫 번째 풀이가 께름칙하다는 걸 찌르면 애들은 혼란에 빠질거라...)


여튼 반비례 관계에 대한 개념을 가르쳐놓은 보람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 



나. 


이런 문제도 냈다: 


요 그래프를 가지는 함수의 식을 구하세요.



애들은 대부분 


"직선은 y=ax. 근데 (5,2)를 지나가. 대입하자. 2=5a. 그러므로 a=2/5. y=(2/5)x."으로 푼다. 


사실 내가 유도한 것도 이거였고, 먼 훗날을 생각하면 이런 형식적인 풀이가 좋다.


그런데 위와 마찬가지로, 생각 외의 풀이가 나온다:


"직선은 y=ax. 근데 (5,2)를 지나가. 그러면 (5,2)에서 x좌표는 분모로, y좌표는 분자로 가지. a=2/5. 그래서 y=(2/5)x."


풀이 해놓은 뒤의 공통점은 왜 (5,2)에서 x좌표를 분모로, y좌표를 분자로 가져온게 답이 되는지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어차피 정비례 함수라는게 확인되면, y/x는 항상 일정한 값이 되고 그게 곧 비례상수 a가 되므로, 첫 번째 풀이처럼


형식적으로 대입하지 않더라도 그래프 위의 한 점의 좌표를 가져온 뒤 대충 y/x를 계산해도 a를 구하는데 문제가 없다. 


결국 두 번째는 정비례 관계의 의미에 충실한 풀이. 


그래서 수업시간엔 "이렇게 풀지 마~"라곤 안하고, 애의 풀이가 가진 의미(왜 이게 타당한지)를 풀어서 설명해주고, 


앞으로의 먼 훗날을 생각하면 첫 번째 처럼 생각하는 방식이 생각해나가기가 좋다고 일러줬다. 


첫 번째는 발전가능성이 있는 방법, 두 번째는 개념에 충실한 풀이라고. 


(사실 요 풀이에서 #1. 에서 썼던 내용의 영감을 얻었다.)



#3. 



학교를 옮기더라도 중학교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더 나이 먹기전에 고등학교에 가서 입시를 치뤄보고 싶은 맘도


있지만, 중학교 수학은 별거 아닌듯 하면서도 까면 깔수록 뭔가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아서 즐겁다. 




앞의 고민거리나 글쓸 거리가 생기는건 사실 애들이 열심히 - 혹은 지들 맘대로- 해줘서다. 


저 다양한 풀이 속에서 의미를 잘 캐주는게 선생 몫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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