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학교육

함수를 가르치다보니 느끼는 것들

by Oh 선생 2015. 9. 6.

#0. 


사실 함수가 가르치기 제일 어렵다. 


다른 단원이야 어느 정도 각이 잡히는데, 함수는 가르칠 내용도 많고, 미묘하고, 애들도 힘들어 해서 매년 고민이 많다. 


올해도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는데(1정교사니까 잘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 쉽진 않다.  


며칠 가르치다 보니 느낀 것들 정리. 




#1.  


함수는 두 양 사이의 관계로서, 나아가 상황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정한 변화율을 가진 상황은 일차함수로, 일정하게 변화하는 변화율을 가진 상황은 이차함수로, 


주기적인 상황은 삼각함수로 표현한다는 것으로부터 배움을 출발해야 수학이 쓸모 없네 어쩌네 하는 생각을 안한다(고 믿는다). 


그러고 난 다음에 이제 대응이네 뭐네 하면서 개념을 세밀하게 잡아나가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차함수를 가르칠 때 중요한건 역시 일차함수가 변화율이 일정한 상황을 나타낸다는걸 


깨닫게 해주는데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2학년 일차함수 초반에, 상황을 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좀 많이 줬었다. 


상황을 제시하면, 그걸 표로 표현하고, 식으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은 일차식으로 표현되는구나, 


일정한 변화를 가지는 상황이 일차함수로 표현되는구나, 정도를 익히게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재밌는게, 애들이 자연스럽게 y=ax+b에서 a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특히 잘하는 애들은 꽤 어려워 하는데, 뇌가 천진난만한 친구들이 저런걸 더 잘 찾아낸다. 교사로서 신나는 부분이다.)


표에 제시된 x값의 간격을 계속 1로 잡았으니 기울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y값이 얼마나 증가하는가가


a와 같다는 걸 말하게 되더라. b는 ax에 일정량을 더해서 그걸 보완하는 상황. 


상황을 함수로 표현하고, 그걸 관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익히는게 가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상황으로부터 함수 교육을 시작하는게 맞다.




#2.


이런 생각을 갖고 교과서를 다시 찬찬히 뒤져보니, 함수 파트를 가르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교과서가 영 쉣이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는 초반에 "y=ax+b와 같이 일차식으로..." 라며 일차함수를 정의하고, 


그 다음에 상황을 식으로 표현하거나 하는 예제, 문제가 제시된다. 


나는 이게 정말 수학적이고 깔끔하고 내용전개하기 편하지만, 자연스럽진 않다고 생각한다. 


학습자가 경험이 충분한 수학 학습자라면 괜찮겠지만, 그밖의 아이들에겐 이게 뭔소린가 할거고, 


y=ax+b의 "의미"가 뭔지 모르는데 이걸 식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애들이 알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중학교 수학은 결국 조작과 경험에서 출발해서 이론화를 해나가야 하는걸텐데, 교과서는 그 과정이 영 무시된다.


(생각열기가 있긴한데, 그게 별 의미를 갖나? 싶다.) 


혼자서 수학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효과적이겠지만, 적어도 교사와 함께하는 학교 교육에 있어 이런식의


교과서가 과연 효과적인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지 싶다.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 해석이 요구된다. 


애들이 굳이 "일차함수"가 뭔지 알아야만 일차함수를 표현할 수 있는건 아닐게다. 




#3.


이런 생각을 하고 '하 나 좀 날카로운듯?' 하며 자만심에 차서(?) 1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반비례 함수의 그래프 그릴 차례.


함수를 처음 배우는 애들에게, 제법 그럴듯하게 함수 개념과 좌표평면의 개념에 대해 가르쳤다고 생각했고, 


정비례 함수의 그래프도 제법 그럴듯하게 수업 했으니 반비례 그래프도 그렇게 되겠지, 하며 y=a/x 그래프를 그리게 했는데, 


아오 이건 또 영 쉣이었다. 


별 고민없이 교과서에 제시된 걸 보고, y=a/x 그래프를 표그리고 점찍고 그리게 했더니 애들이 이 식 자체에 대해 낯설어 한다. 


그제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애들에게 y=ax 건 y= a/x건 낯선 함수인건 마찬가지였던 상황(그나마 정비례 그래프는 계산이 쉬웠으니 잘 됐는데).


교과서에서 다짜고짜 그래프 그리기로 내용을 전개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었던 거다. 


다시 정비례와 반비례 상황을 짚어주고, 식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생각하게 하고, 그래프의 개형을 추측시키고, 


그제서야 그래프를 그리게 했어야 자연스러운 진행이 되었을 텐데 수업 준비할 때에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질 못했다.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주제에 이런데서 헛짓거리를 하고 나니 영 맘이 좋질 않다.


교무실에서 다른 출판사 교과서를 뒤져보니 어떤 출판사는 함수의 그래프 소단원 앞에 정비례와 반비례 그래프의 탐구라는


소단원을 넣어서 충분히 탐구를 시키려고 한듯도 하더라. 


수업 준비 전에 "이게 뭐 다른 방식이 있겠어?"하며 여러 자료 연구를 게을리한 탓이고, 문제의식이 없었던 탓이다.


문제의식이 생기기 이전에도, 여러 자료를 연구하는건 확실히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사항인갑다. 




오늘 짤은 이게 딱이다.

댓글4

  • 박석준 2015.09.08 01:57

    저도.. 제가 한 생각을 뒤돌아서면 까먹을 때가 많더라고요....
    하아... 정신을 차려야지 정신을 차려야지...
    답글

  • ioes 2015.10.23 14:03

    꾸준히 멋지십니다. 항상 수업때 말씀해주시는 말들에 크게 감명받고 있습니다.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워갑니다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