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현행 교과서 그대로 따라가며 중3의 이차함수를 가르치자면,  애들은

y=x^2을 배우고, 상하좌우로 평행이동하는 걸 배우고, y=a(x-p)^2 +q를 배운 뒤, 

y=ax^2 +bx + c꼴로 바꾸는 걸 배우고, 최대최소를 배우고 끝난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정석적인 구성인데, 역시나 문제는 이런 구성은 재미(!)가 없다는 거다. 


이런 식의 구성은 종종 최종적으로 다뤄야 할 것을 맨 뒤로 숨겨놓음으로써, 

막상 앞단계의 개념을 배울 때에는 이런 걸 왜 하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고(=이걸 왜 배우지? 싶게 만들고)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알기 어렵게 만들고,  전체 단원의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뭔가 학생들이 '알아나가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든다. 


구성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저 정도고, 그밖에도 내용적으로 

- 최대-최소의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느낌,

- 일차함수와의 관계 속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느낌

(일차함수의 변화량과 이차함수의 변화량의 차이점 같은 것 말이다. 이차함수의 변화량이 곧 일차함수가 된다는 걸 '표'를 통해 충분히 밝힐 수 있는데 - 이를 통해 미분에 대한 생각을 이 시점에서 대강 던져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나중에 고등학교 올라가면 이 '표'를 이용한 미분 지도는 꼭 써먹어 볼 계획이다)

등이 있다. 


#1. 아무튼 그래서 이차함수는 저런 내용을 일부 보강하여 가르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늘 하던 그거. 함수를 표, 그래프, 식으로 표현하기. 표현이 중요한 부분이니까...


이런저런 상황들을 던져주고, 그걸 분류해보자는 활동. 비록 이차함수를 배우진 않았지만, 간단한 상황을 이차식으로 

표현해보는 건 어렵지 않게 곧잘 해낸다(가령 (1)번 같은건 y=pi x^2이니까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분류 활동을 통해 일차함수-반비례 함수-정비례 함수 등으로부터 이차함수를 분류하게 하고, 

그 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하이라이트는 2)-다) 질문이다. x값이 1만큼 변할 때 y값의 변화를 표로 그려 확인해보면, 대충 그 변화량이 

일정하게 변화한다는걸 알게 된다. 그 지점에서 일차함수와 이차함수를 비교하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래프의 기울기가 변화하여 곡선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다는 스토리까지 이끌어내면 된다. 


이차함수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시간이다. 그래프가 중요한데, 일단 첫 시간은 점찍기로 진행했다. 

모둠별로 위 셋트 중 하나를 골라 그래프를 무작정 점찍고 그리는 거다. 

대입만 할줄 알면 되기 때문에 활동 자체가 크게 어렵진 않다. (아니 사실 애들한텐 어렵다...--;)

애들은 다음과 같은 모둠 활동지에 그래프를 그렸다. 

4개를 그려보면 계수 변화에 따라 그래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대충 감이 온다. 그 감을 잡아주기 위해 하는 활동이다. 

모둠별 활동지를 완성하면, 7개 모둠의 활동지를 모두 칠판에 붙이고, 각 모둠에서 발견한 내용을 발표시킨다. 

a값이 변하면 그래프가 어떻게 된다, b값이 변하면 어떻게 된다, c값이 변하면 어떻게 된다. 

a와 c는 뭐 대강 뻔한데, 문제는 b다. 어떤 때에는 b값이 변하면 그래프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어떤 때에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여기에서 x=-b/a 얘기를 하면 깔끔하고 좋겠지만, 굳이 그 얘길 할 필욘 없다. 아직 이르다. 

애들에게는 b의 변화가 그래프의 좌우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는 정도로만 이해시키면 된다. 

구체적인 답은 축의 방정식을 다룰 때 저절로 알게 된다(실제로, 축의 방정식을 다룰 때 아! 그때 그랬지! 하는 반응이

나왔었다). 굳이 수학선생이 모든 답을 줄 필욘 없다. 

이 활동의 효과는 두 가지다. 


 1. 이차함수 그래프 그리기가 겁나 빡시구나! 를 생각하게 되고 

 2. a, b, c가 모종의 규칙에 의해 그래프의 형태와 위치에 영향을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1로부터 평행이동 같은 내용을 전개할 이유가 생기고(점찍으면 힘드니까 평행이동으로 편하게 해보자), 

2로부터 탐구할 거리가 생기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애들에겐 b의 영향이 영 명확하지 않다. 나중을 위한 질문이다)


#2. 

이제 이후로는 교과서 순서와 다르지 않게 진행했다. 점 찍는거보다야 평행이동하는 게 백배 나으니까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한다. 

평행이동-일반형-표준형 전환-최대최소 진행하고 끝. 


#3. 

수행평가로는 이런 걸 했다. 시퀀스샷 만들기. 

함수 파트에서 중요한 건 수학적 모델링을 경험해보고 그 기능과 한계 등을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수학맥락에선 그딴 거 없다. 

없으면 만들어서 하면 된다. 


 

비교적 친절하게 안내서를 줬기 때문에, 대부분 쉽게쉽게 했다. 문제는 시퀀스샷을 찍는 어플을 찾는건데, 

애들은 또 금방금방 찾아 냈다. 

시퀀스샷을 작업할 시간은 2시간을 줬다. 컴퓨터실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운동장에 나가서 찍어와도 좋다 했다. 

화장실에서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뿌리는 놈이 있었고(사실 이건 시퀀스샷으로 보긴 어렵다)

쓰레빠를 던지는 아가씨가 있었고

배구공, 물병, 농구공 같은게 많이 나온 소재였다. 


완성된 애들 보고선 대충 이렇다. 

얘넨 교실에서 북을 던졌다--; 

저정도면 된다. 사실 수학적으론 전혀 어렵지 않다. 

이 활동에서 중요한건 '오차'가 나온다는 거였다. 당연히 실제로 뭘 던지면 이차함수처럼 예쁘게 날아가지 않는다. 

그런 오차를 경험하고, '대충 얼버무리는' 그 애매모호함이 수학적 모델의 역할과 한계, 

수학과 실제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걸 얼버무리는 그 과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저런 가정을 했다는 내용들...)

막상 그걸 경험한 애들은 많지 않았다. 다음엔 좀 더 그런 내용을 보강해줘야 겠다.  

근사그래프를 두 번 그린 티가 난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을게다. 

그 이상함이 소중한 건데, 아이들은 그 이상함을 숨기고 깔끔한 답을 내고 싶어 한다. 

그나마 얘네가 그런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얘네도 골때렸는데, 수식으로 구해오라니까 아예 사진을 지오지브라에 깔아서 함수의 그래프를 겹쳐 식을 찾았다. 

수식을 찾으랬지 방법은 제한하지 않았으니까 일단 A. 이정도 까지 할 줄 알면 좀 더 어려운 과제를 낼걸 싶었다. 


이 활동은 그대로 지필평가 시험문제로 나갔다. 수행평가를 성실히 했으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문젠데

의외로 많이들 틀리더라. 이자식들...--;


여튼 이렇게 새로운 거 하나 시도해보고, 중3 1학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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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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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예솔 2017.08.05 2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결과물을 보니 열심히 한게 너무 귀엽네요~ㅎㅎ느낀 게 있을듯. 저도 수행평가한거 포스팅 쓴다는게...벌써 2학기가 다되어가네용ㅋㅋㅋㅋㅋㅋㅋ

  2. 2017.08.13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Oh 선생 2017.08.14 0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편하신대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기벡의 경우엔 초점-준선 얘기가 더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저 활동엔 그 부분이 없어보여서 좀 우려가 됩니다ㅎㅎ

  3. 2017.08.29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강민영 2017.09.04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퀀스샷을 찍을때 사용한 어플을 알 수 있을까요?
    영재학급 활동시 사용하려하는데, 네이버에 검색을 해도 잘 안나오네요ㅜ

    • Oh 선생 2017.09.04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안드로이드기준)Motion Shot을 사용했습니다. 아이폰하고 안드로이드하고 이름이 조금 다른데 아무튼 Sony에서 만든 것 같더라구요. 모션캡쳐 등으로 검색하시면 아마 같은 앱이 나올겁니다.

    • 강민영 2017.09.04 1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떻게 검색을 해야하나 했는데, 감사합니다^^

  5. 사막한가운데 2017.11.02 0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네요 ㅋㅋㅋ 애들이 무지 잘 써냈네요....
    익숙해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