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중학교 3학년 2단원 식의 계산의 주제는 두 가지다. 

인수분해와 이차방정식. 

그래서 이 단원은 보통 인수분해를 충분히 다룬 다음 이차방정식을 가르친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인수분해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다루게 되기 쉽다. 

왜 해요? 라는 물음에 답하기도 어렵다. 

이차방정식이라는 단원 전체의 주제를 강조하면서도 인수분해를 자연스럽게 이차방정식의 풀이 속으로 

밀어넣고 싶어서(이게 교육과정의 의도에도 맞다) 이번 단원은 활용과 이차방정식부터 내용을 전개했다.


#1.

활용문제로 시작한다. 방정식을 풀라는 게 아니라, 방정식을 만들라는 것 뿐이다. 

그러다보면 이차식을 사용하여 방정식을 짜야 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고, 결국 이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 걸 바랬다. 아직 이차방정식은 못풀어도 된다. 나중에 천천히 풀면 된다. 

(디오판토스 문제는 원래 자연수였나 그럴거다. 해가 2개가 나오도록 적당히 수정한거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이미 방정식을 풀 줄 알았다. 그러다보면 수업이 안된다. 

식만 짜라는 요구사항보다 더 나아가서, 다 풀고 '나는 다 아는데 왜 자꾸 시비거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맘이 참 힘들다. 이 단원 내내 그게 가장 힘들었다. 

예습은 참 좋은데, 자기 힘으로 해내지 않은 예습은 애들을

시건방지게 만들지 싶다. 혼자 고생하며 공부해봤어야 공부의 재미도 알고 선생의 말도 귀기울이는데... 

(뭐, 애들 탓 할게 있나 싶기도 하다. 결국 활동지가 구려서 그렇다. 흥미도 끌면서 내 의도도 살리는 어떤 활동지가 

있기야 하겠지)

가장 좋아하는 활동지다. 이차방정식을 분류하기. 보통은 4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x^2 = (수)의 꼴, (일차식)^2 = (수)의 꼴, (일차식)x(일차식) 꼴, ax^2 + bx + c=0 꼴. 

일단 이렇게 이차방정식을 분류해두는 게 이 단원의 포인트이다. 

이차방정식이라는 큰 주제를 잘게 쪼개두는 작업을 한 거다. 

앞으로 애들은 쉬운 유형부터 하나씩 이차방정식을 쪼개갈거다. 그리고 마지막, 일반형을 풀기 위해 

인수분해와 완전제곱식, 근의 공식을 순서대로 다룰거다. 

인수분해는 일반형을 (일차식)x(일차식) 꼴로, 완전제곱식은 일반형을 (일차식)^2 = (수) 꼴로 바꾸는 방법이다.


'어려운 모양을 풀 수 있는 모양으로 바꾼다'는 기본적인 전략이 스며들기를 바랐다. 


일단 여기까지는 앞서 나온 형태의 이차방정식들을 푼다. 굳이 인수분해를 배우지 않아도 괜찮다. 

제곱근의 정의 정도만 알면 3을 해결할 수 있고, AB=0 <-> A=0 or B=0을 이해하면 4를 해결할 수 있다. 

일단 특정한 형태의 이차방정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거다. 

마지막 문제는 인수분해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문제이다. 


 

이제 인수분해 시작. 인수분해는 상당히 평이하게 진행한다. 중간의 초롱은지나은 문제는 수학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롱이와 은지는 사실 수학적으로 틀린건 없다(틀리다 말하기 애매하다). 

다만 중학생에겐 은지의 방식이 더 어울릴 뿐이다. 

완전제곱식 형태의 인수분해. 마지막은 인수분해를 할 줄 알면, 이차방정식도 풀 수 있다는 교훈을 주려는 문제이다. 

대체로 평이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인수분해는 원리나 심오한 이치보다는 그저 기술로 익히면 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잘 하면 된다. 그리고 이차방정식에 써먹을 수 있으면 된다. 


계속 인수분해를 한다. 

인수분해를 마칠 때 즈음에, 마지막에 인수분해하는 다항식 뒤에 "=0"을 붙여주고 이게 뭐 같냐고 물어본다. 

이차방정식이라 대답한다. 보통 이때쯤에 애들은 자신들이 이미 인수분해되는 이차방정식을 풀 수 있게 되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잘 못하는 애들이 '훈련'을 하며 따라온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는 활동지인데(인수분해는 훈련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반면 점프할만한 과제가 없어서 미리 공부를 좀 한 애들은 좀 지루해 했다. 이 사이를 어떻게 잘 메꾸느냐가 참 어렵다. 


인수분해를 이용한 이차방정식 풀이의 마지막 부분이다. 

인수분해를 사용할 때의 과제는 이게 일단 인수분해가 되는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되는가하는 감각을 기르는 일이다.

굳이 어떤 유형에 한정지어 연습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은 상태에서 연습을 하도록 만들었다. 

100사로, 200사로 따로 쏘는 것 보다 섞어서 쏘는게 더 실전성(?) 있고 더 힘들기 마련아닌가. 



근의 공식 이전, 인수분해가 안될 때 완전제곱식으로 바꿔 풀자는 활동지이다. 

문제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진행했다. 

(일반형에서 인수분해가 안되면 ->  풀 수 있는 다른 유형으로 바꾼다는 생각)


여기에서 근의 공식의 증명으로 들어간다. 보통 step1까진 무난하고, step2부터 뭔가 '예쁘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step2의 경험을 바탕으로 step3을 해결한다. 

연습하는 활동지. HOT Problem을 통해 판별식을 슬쩍 언급한다. 

예를 만들어 볼 때, 어떻게 그렇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는게 좋다. try & error로 하는 녀석이 있는 반면, 

일찍부터 판별식을 이용하는 녀석이 있다. 전자에서 후자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예전에 제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활용 파트 문제들이다. 문제는 저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선 활동지 자체 보다, 이걸 수업 중에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13번의 첫 번째 문제에선 미지수를 셋팅할 때 n, n+1, n+2로 하는 녀석이 있고 

n-1, n, n+1로 하는 녀석이 있고 그렇다. 그런 미세한 차이들을 잘 짚어내서 순서를 맞춰 발표시킨 다음,

아이디어들을 감상하고 비판하게 만들어 보는 게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의 경우 후자로 만들 때 식이 심플하고 예쁘게 나온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다른 아이디어의 중요함' 같은 걸

배우기를 기대하는 거다. 교사가 혼자 열심히 문제를 풀고 다양한 풀이를 제시하는 건 그리 감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 활용파트에선 이해-계획-실행-반성의 4단계, 그 중 반성 단계를 강조하는 편이다. 애들은 반성 단계를 잘 못한다--; 



이차방정식은 대강 이정도로 끝이 났다. 

수업 분위기는 대충 이렇다. 몇 몇 시킨 놈들은 나와서 문제 풀고, 난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알려주고...


(이 반은 되게 잘된 반이다)

13번 프린트의 첫 번째 문제에 대한 세 가지 풀이이다. 서로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그 차이는 정말 '미묘'하여

지루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고맙게도 잘 발표해주고, 잘 들어준다. 그 '미묘한' 서로의 차이를 읽어내는 아이들이 

수학을 폭넓게 배운다고 생각한다. (이 미묘함의 문제는 - 내가 잘해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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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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