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정연수도 다녀왔겠다, 어느 정도 짬도 찼다고 생각하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일단 이번 학기는 계획-실행-반성-개선의 사이클을 온전히 통제하고 돌려보는데 목표를 둔 만큼, 다음과 같은걸 하고 있다. 


- 백워드교육과정 계획하기(핵심적인 질문 구상하기)

- 활동지에 핵심적인 질문 넣기

- 마을교육과정, ESD 등등 연관짓기

- 수업 후 수업일지 작성하기

- 핵심질문 중심으로 평가 구상하기



#1.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


연수에서 몇 마디 주워듣고 나서 논문을 찾아봤더니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 템플릿이란걸 만든 논문이 있더라. 


백워드교육과정의 철학이나 이런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템플릿 먼저 가져다가 함수 단원을 구상했다. 




여기서 중요한건 저 본질적인 질문들. 단원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을 본질적인 질문으로 바꿔놓고, 저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포인트다. 


성취기준을 고려하면서 가르칠 때에는 "함수를 이해한다"가 목표였기 때문에 자꾸 뭘 가르치려고 들었다면, 


질문을 고려하며 가르칠 때에는 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탐구과정에 초점을 두게 된달까...뭐 그런 느낌이 있다. 


수업을 하기 편하게 좀 더 구체화된 느낌(근데 저 핵심질문을 짜내는 과정이 괴롭다...누구한테 검증된 것도 아니고). 




#2. 




그러고 나서 만든 활동지다. 지금까지랑 다르게, 오른쪽 윗부분에 이 활동지의 핵심질문을 넣었다. 


애들은 수업 이후에 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으면 스스로 공부를 잘 했구나... 생각하면 된다. 


나는 함수는 아무래도 두 양 사이의 관계라고 이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그 관계란게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적절히 표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활동지를 만들었다. 한 시간 분량으로 딱이다. 




두 번째 시간. 이제 용어와 표현방법을 좀 더 배운다. HOT Problem에서 표, 식의 표현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의외로 x=2일 때의 함숫값을 표에서 찾는게 아니라 식을 구해서 대입해 구하는 애들이 좀 있다. 



빈칸 채우기 중, 한 반은 y=3x-1을, 한 반은 책에 나와있는 y=35x라는 예시를 들어서 설명했는데, 전자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후자에서는 y=35x를 보고나서 y=f(x)라는 표현을 f 곱하기 x로 인식하여 "f는 수죠?"라고 묻는 애가 있었다. 


정비례함수를 다뤄주는게 오히려 기호상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구나 하고 새삼 배웠다. 




꽤 오랜시간 고민했던 활동지. 좌표평면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다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바둑을 두는지 생각해보는


소재를 도입했다. 장애 소재를 슬쩍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점의 위치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도록. 


생각대로, 좌표 얘기가 좀 나왔다. 거기에서 이제 자연스럽게 영화관 같은데에 좌표같은게 사용된다고 말한 뒤, 용어정리를 한다.



그리고 어렵게 준비했던 마을 좌표 찍기 활동. 


마침 우리 학교에는 몇 년전에 만들었었던 화전동 마을지도가 있다. 그림파일을 구해서 배경에 넣고, 좌표축을 그렸다. 


특정 장소의 좌표를 묻거나, 특정 좌표에 해당하는 장소를 물으며 좌표에 좀 익숙해진다. 


소재가 괜찮았는지, 생각보다 쉽게 쉽게 넘어가더라. 



일단 수업한건 여기까지다. 


매년 함수가 제일 어려워요, 라는 말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그런 말이 거의 없다. 함수가 방정식보다도 쉽다고도 한다. 


오히려 함수가 어렵다고 하는 애들은 학원에서 기기묘묘한 문제집을 풀며 잔뜩 겁먹은 애들이 더 많다. 


어설프게 배워온 녀석들은 함수를 f(x)요! 라고 대답하는데 나한테 처음 배운 녀석들은 함수는 관계라고 말한다. 


내가 가질 "전문성"은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세를 끝까지 유지해서 단원을 잘 마무리하고 말테다. 




#3. 


수업일지를 쓰고 있다. 


대충 내 의도,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특이사항, 이딴걸 쓰고 있는데 이렇게 쓰는게 맞나 모르겠다. 나중에 내 수업에 어떻게


피드백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쓴다. 꾸역꾸역. 


수업으로의 피드백은 잘 모르겠는데, 그날 그날 애들이 보였던 특이사항을 써주는건 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y=f(x)와 y=35x의 혼돈이라던가, 또다른 전개를 할 수 있는 가능성 같은게 하나씩 쌓인다. 


(2학년에서, 일정하게 변화하는 상황을 함수로 표현하는걸 많이 다뤄줬더니 요령이 생기며 y=ax+b에서 a의 의미를 감을 잡더라. 


교과서에서 하듯이 y=ax+b로 일차함수 정의하고 접근할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계속 할거다. 




#4. 다시 활동지(15년 10월 11일 덧붙임).




함수파트에선 관련된 내용으로 포스팅을 여러번 해서, 그동안 했던 생각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다. 


이런 활동지는 그냥 의무적으로 올리는 느낌이다. 까먹지 말아야 하는 것! 그래프를 그리기 이전에 반드시 직관적으로 탐구하는


단계를 거치게 할 것. 



그래프 그리기 파트와 그래프 읽기 파트를 따로 나누어서 수업을 진행했다. 활동지 4, 5가 그래프 그리기 였다면 


6은 그래프 해석하기. 책에선 정비례 쭉~ 하고 반비례 쭉~ 하는데 활동지에선 의도적으로 그래프 그리기/읽기로, 활동을 중심으로


진도를 끊어서 나갔다. 생각의 차이다. 컨텐츠를 진도의 기준으로 삼을지, 활동을 진도의 기준으로 삼을지인데, 


나는 후자를 선호한다. 


(수학학습은 수학 내용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학적인 활동을 하며 경험하는 사고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고를 

중심으로 진도를 짜야하지 않겠나. 비슷한 얘기가 고등학교의 외분점-내분점에서도 가능하다.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과서는 내분점점을 직선 상에서 정의한 뒤, 평면으로 확장하고, 그 다음에 외분점을 직선에서 정의하고, 평면으로 확장한다. 그런데 어떤 교과서는 내분점과 외분점을 일단 직선에서 다 배우고, 그 다음에 동시에 평면으로 확장시킨다. 난 여기서도 후자가 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1정 이후 어떻게든 '마을'을 교육과정 내에 묻어보려는 속셈이 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삶의 공간을, 아이들이 체험했던 일들을


활용문제로 내려고 했다. 얼마나 학습효과가 향상되는지는 모르겠다만 수학이 이렇게 쓰이는구만 하고 생각할 순 있지 않겠나.  





함수로 아예 뽕을 뽑아보자! 라고 생각했던 포트폴리오 평가다. 


함수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는게 함수파트를 가르치는 이유라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게 1번.


실제적인걸 다루면 애들이 가진 수학이 너무 초라해서 도저히 함수로 표현할 수 없으니 적당히 덜 수학적이어야 겠다는게 2번.


우리 질풍노도 중딩들, 스스로의 감정을 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3번. 


그래서 만들었다. 



사실 채점기준만 잘 채우면 A줘야지...생각하고 있었는데 잘한 애들이 너무 많았다. 이래서야 점수 주기가 곤란하다. 


글을 좀 더 꼼꼼히 읽고, 함수를 진짜로 느낀 듯한 애들에게만 A를 줬다(관계, 표현 등의 단어가 들어간...).


아래는 잘한 애들 스캔본.







수학은 한계적이긴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삶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수학도 언어(?)라고 생각한다. 


 - 애들이 이런 말을 하게 만들었으면, 꽤 잘한 수행평가라고 자평해도 되지 않나. 








수학은 우리의 감정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물건이고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이게 제일 감동적인 글이었다(마지막 문장 때문이 아니라, 글의 컨텐츠가...). 

 






Posted by Oh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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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석준 2015.08.30 2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수업일지... 좋네요...
    음.. 저도 학습지 뒷면같은데에 좀 정리를 해봐야겠어요...

  2. 차차 2016.06.17 1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함수 포트폴리오 정리한 거 좋다!! 나도 해봐야지 ㅎㅎㅎ

  3. 이우철 2016.09.01 1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세종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학교사 이우철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연히 함수 포트폴리오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내용을 토대로 수업에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시간나실 때 답글 부탁드리겠습니다 :)

    • Oh 선생 2016.09.01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마침 블로그 보던 중이었는데 딱 댓글이 달려있네요.

      어디 외부 자료로 쓰거나 하지 않으신다면, 수업에서 사용하시는건 그냥 댓글 안달고 사용하셔도 됩니다ㅎㅎ
      채점기준이나 뭐나 상당히 애매할텐데, 사용후 피드백도 가능하시면 부탁드립니다^^

    • 이우철 2016.09.0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블로그를 둘러보며 부실한 제 수업과 불성실한 제 태도를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되네요 ㅠㅠ

      사용 후 잊지않고 피드백 드리겠습니다!

      그럼 아이들과 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4. 노예솔 2016.10.11 1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님, 포트폴리오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서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댓글을 남겨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5. 화이팅 2018.06.08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정비례, 반비례 수업에 선생님의 함수포트폴리오를 사용해도 될지요. 수업에 활용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고 유익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거 같아 수업에 진행해보고 싶습니다.